Q. 제주도에서 드디어 이렇게 뵙네요! 먼저, 꽃마리가 어떤 브랜드인지 소개 부탁드릴게요.
A. 안녕하세요, 저희는 제주도 허브를 사용해 건강한 세정제를 만들고, 제조 과정에서 나오는 플라스틱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리필/벌크 제품을 공급하는 친환경 브랜드 꽃마리입니다.
Q. 꽃마리의 리필 스토어는 언제, 어떻게 문을 열게 되었나요?
A. 저희 리필 스토어는 2021년에 오픈했고, 리필/벌크 시스템은 2020년도, 그러니까 팬데믹 이후에 운영을 시작했어요.
사실 저희는 처음부터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 곳은 아니었어요. 그러던 2019년 어느 날, 저희 고객 중 한 분이 "다 쓴 세제 통을 가지고 올 테니 ‘리필’을 해달라"고 하시는 거예요. 저희 생산팀은 대부분 화장품 업계에 계시다 온 분들이 많은데, 이분들 입장에선 절대 안 되는 걸로 생각되거든요. 그래서 안될 것 같다고 설명해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요청해 주시더라고요.
그러다 2020년 팬데믹을 통해 플라스틱 문제가 심각하다는 걸 알게 되고, ‘어차피 우리 세제로 닦아서, 우리 세제를 담는데, 왜 안되지?’라는 생각으로 리필-벌크 시스템을 만들게 되었답니다. 그 고객님 덕분에 리필 시스템이 시작될 수 있었던 거죠(웃음).
Q. 역시 소비자의 요구는 생산자를 바뀌게 할 수 있네요! 그럼 이 공간에는 어떤 분들이 리필을 하러 오시나요?
A. 처음엔 리필 시스템이 생소하다 보니, 도내 기관들, 청소년/시민 대상으로 환경 교육을 많이 진행했어요. 열심히 홍보하다 보니 제주도민분들이 용기를 들고 많이 방문하세요. 전국 제로웨이스트 거점들에 공급을 하다 보니, 제주를 방문하는 제로웨이스트 운영자분들도 벌크 통을 들고 많이 오시고, 저희에게 관심 있는 여행객분들도 자주 방문하시고요.
또, 얼마 전에 제주 시청과 탐라 도서관에 키오스크 리필 기계를 설치했는데, 거기엔 샴푸, 바디워시도 소분 리필이 가능해서, 여행 오신 분들이 많이 방문하신다고 들었어요.
Q. 제주도라는 지역이 갖는 의미가 남다르시겠어요. 좋은 점도 있지만 어려운 점도 많으실 것 같은데요.
A. 네, 아무래도 섬이라는 특성상 어려운 점이 많은데, 물류비가 많이 들어서 아쉬워요. 왜냐하면, 저희가 벌크 세제를 육지로 공급해 드리면, 제로웨이스트 거점에서 리필 판매 후 그 통을 다시 저희에게 보내주시거든요.
사실 반환 택배비를 저희가 부담해 드리고 싶은 마음인데, 현실적으로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다음에 구입하실 때 쓸 수 있는 적립금으로 적게나마 돌려드리고 있어요. 언젠간 택배비 부담 없이 벌크 통을 돌려주실 수 있게 만들고 싶네요.
Q. 제주도 꽃마리 리필 스토어를 운영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A.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저희는 벌크 통을 반환받아 재사용하는데, 직접 가지고 와주시는 분들이 계세요. 한 번은 눈이 너무 많이 와서 택배도 못 받는 날이었는데, 그 눈을 뚫고 차 한 대가 와서 벌크 통을 잔뜩 내려두고 가셨어요. 알고 보니 제주도에 방문하시는 김에 벌크 통을 가지고 와서 렌터카에 실어 오신 것이더라고요.
눈이 잔뜩 묻은 벌크통이 마당에 쌓여 있는 걸 보니, 참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따뜻해졌어요. 이런 분들 덕분에 리필 시스템을 계속 구축하고 싶어져요.
Q. 꽃마리에게 제주도란 어떤 의미인가요?
A. 많은 분들이 꽃마리를 사랑해 주시는 이유 중 하나가 '제주도'에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저희가 지금 누리고 있는 제주 지역의 자원이나 의미를 생각하면 정말 감사한 곳이죠.
하지만 결국 지역 자원이라는 것은 무한한 게 아니라, 다음 세대 사람들에게 잘 보존해서 남겨줘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주도는 참 감사한 곳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사회적 책임을 다해서 건강하게 되돌려 놓고 가야 하는, 그런 책임을 가진 곳입니다.
Q. 마지막으로, 이 글을 보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요즘 매일매일 기록적인 기후 위기가 일어나고 있잖아요. 그래서 우리가 하고 있는 이 작은 실천이 과연 이렇게 위태로운 지구를 바꿀 수 있을까 늘 고민하게 될 것 같아요. 무기력할 수도 있고, 우리가 뭘 할 수 있겠나, 하는 의문을 매일 갖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럴 때일수록 '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런 힘들이 모이다 보면 희망이 생기고, 실제 변화도 이룰 수 있다고 믿습니다. 꽃마리도 이 생태계의 구성원으로서, 저희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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